Machikoba no Techo 2026년 7월
Machikoba no Techo

이어진 것은 케이블이 아니라 시선이었다.
7월입니다. 이곳 아리타에도 여름이 본격적으로 찾아와, 이른 아침부터 공장 안에 열기가 쌓입니다. 비 오는 날에는 습기까지 더해져 공기가 무거워집니다.
규슈 북부에서는 한치(창오징어) 시즌이 절정이라, 밤바다가 어선의 집어등으로 밝습니다. 그 바다 곁에서 저희 공장은 늘 그랬듯 에기(egi)를 만듭니다. 깎고, 맞추고, 다시 깎고, 조정합니다. 몸통은 하나하나 씻은 뒤에 조립합니다. 창업 27년, 이 수수한 손작업의 되풀이가 에기(egi) 한 자루가 됩니다. 늘 변함없는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편 작업장 밖에서는 'AI'라는 말을 듣지 않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1년쯤 전부터 여러 AI 도구를 직접 시험해 오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느끼는 변화는 AI가 똑똑해졌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전이라면 전문 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던 시스템을, 작은 공장이 자사에서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공장은 계기판투성이다
공장에는 계기판이 곳곳에 있습니다.
공작기계의 조작 패널. 온도계. 습도계. CO₂ 센서. 전력계.
사람은 그것을 보고 판단합니다.
'오늘은 조금 온도가 높네.'
'평소보다 값이 이상한데.'
'슬슬 환기할 때가 됐다.'
그 정보를 컴퓨터로 가져오는 일은 예전에는 큰일이었습니다.
제조사에 통신 사양을 요청하고. 통신 케이블을 깔고. PLC를 넣고.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고.
다시 말해 먼저 기계와 물리적으로 이어야 했습니다.
머시닝 센터나 NC 밀링 머신도 API 사양을 공개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C++로 데이터를 끄집어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드는 품이 엄청나서 그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 기계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저 바라본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길이 열렸습니다.
계기판을 웹캠으로 찍는 것입니다.
특별한 산업용 카메라가 아닙니다. 저희가 쓴 것은 3,000엔 정도짜리 평범한 웹캠입니다.
그 영상에서 숫자를 읽어 데이터로 쌓고, 그래프로 그리고, 이상이 있으면 알립니다.
사람이 눈으로 받아들이던 것을, 계속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일입니다.
달리 말하면 '보는 행위' 자체를 DX한 셈입니다.
■ 처음 만든 것과, 부딪힌 벽
첫 판본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찍은 이미지를 AI에 보내고 '이 숫자를 읽어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Anthropic의 Claude. Google의 Gemini. xAI의 Grok. 여러 서비스를 시험했습니다.
게다가 Claude Code, Codex, Grok Build, Cursor 같은 코딩 도우미 덕분에 시스템을 만드는 일 자체가 극적으로 빨라졌습니다. 예전이라면 전문가가 몇 주를 들였을 작업이 이제는 짧은 시간에 끝납니다.
그런데 시제품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비용이 너무 들었습니다.
한 번 호출하는 값은 전혀 비싸지 않습니다. 그러나 1년 내내 24시간 감시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가끔 쓰는 AI'와 '계속 돌리는 AI'는 요구하는 비용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작은 공장의 경영자로서는 성능에 감탄하기보다, 달마다 오는 청구서를 어떻게 줄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 로컬에서 돌리다
그래서 다음으로 시도한 것이 Raspberry Pi에서 로컬 LLM을 돌리는 일이었습니다.
공작기계 옆에 큰 PC를 두면 거치적거리지만, 손바닥만 한 Raspberry Pi라면 편안히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AI가 전부 자사 장비에서 돌아가면 API 요금이 들지 않습니다. 운영 비용은 사실상 전기 요금뿐입니다. 이론상 거의 0에 가깝습니다.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이름 있는 LLM은 대부분 메모리가 부족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Qwen이 가장 무난하게 돌아갔지만, 그것도 ollama 같은 편리한 도구로는 동작하지 않아 꽤 손을 봐야 했습니다.
■ AI는 되도록 적게 쓴다
마지막에 다다른 곳은 이것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OCR이 처리한다. OCR이 실패했을 때만 로컬 LLM이 나선다.
가벼운 OCR이 일상적인 일을 맡습니다. AI는 이상이 있거나 읽기가 애매할 때만 등장합니다.
운영 비용은 사실상 0이 되었습니다.
Raspberry Pi에서 속도를 내려면 카메라 위치를 고정하고 읽을 좌표를 박아 넣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약점이 있습니다. 공장의 작은 진동으로 카메라가 틀어지면 박아 넣은 좌표가 어긋나, 갑자기 아무것도 읽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서도 문맥을 이해하는 LLM이 제 몫을 했습니다. 이미지 전체에서 '숫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읽어 낼 수 있으니 조금 틀어진 정도는 쉽게 바로잡습니다. 그 보정을 읽기 루틴에 넣고 cron으로 주기적인 캘리브레이션을 돌리게 했습니다. 그 결과 아무도 지켜보지 않아도 어긋남을 스스로 계속 흡수하는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AI를 많이 쓰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AI를 되도록 적게 쓰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가장 실용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일하는 방식과 닮았습니다. 일상적인 일은 경험과 절차로 처리하고, 예상 밖의 일이 생겼을 때만 전문가를 부릅니다. 그 역할 분담이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 케이블이 아니라 시선으로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방식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는 케이블을 꽂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지금은 무선 충전이 흔해져서, 패드 위에 올려 두면 충전됩니다. 물리적인 연결은 없습니다. 그래도 에너지는 건너갑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조금 그와 닮았습니다.
전통적으로는 기계에서 정보를 꺼내려면 통신 케이블을 연결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기계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데이터 선도 없습니다.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그런데도 필요한 정보는 얻습니다.
물리적인 케이블 연결에서, 비접촉의 유도에 가까운 정보 취득으로 옮겨 갔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계와 잇지 않았습니다. 바라보았습니다.
이어진 것은 케이블이 아니라 시선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시선은 빛을 통해 작동하고, 빛 또한 전자파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것은 정말로 변압기처럼 전자 유도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시도하는 비용이 낮아졌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것은 AI가 똑똑해졌다는 점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몇 년 전이라면 전문 업체에 맡겼을 시스템을 이제는 작은 공장 안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는 대기업 같은 예산이 없습니다. 전담 부서도 없습니다. 그러나 작기 때문에 오히려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진짜 변화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사람에게서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람이 시도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넓혔다는 것입니다.
KEYSTONE은 앞으로도 공장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를 — 무엇보다 에기(egi)를 만드는 일에서,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라 — 붙들고, 새로운 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나아가겠습니다.
전통적이면서 혁신적으로.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언제나 성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with SQUID!!
2026년 7월
KeyStone Corporation
대표이사 Nobuhide Kanagawa